내가 일을 하고, 와이프가 전업으로 있을때 평일은 야근때문에 어쩧수 없지만, 주말엔 항상 아침을 준비했고, 청소를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고, 와이프가 평일에 했을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봄엔 소나무로 된 담벼락을 전기커터(?)로 다듬어야 했고, 나무도 짤라줘야 했다. 여름엔 미친듯이 자라는 잔디를 매주 잘라줘야 했고, 비고 오지 않는 시기에는 저녁마다 스프링쿨러를 창고에서 꺼내 호스를 연결한 다음 울 줘야 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수영장을 사와서 정원에 설치해놓고, 떨어지는 낙옆을 청소하고, 이물질을 걷어내야 했다. 아이들의 자전거 타이어와 집 수선이 필요한 곳에 항상 나의 손길을 내밀어야 했다. 한번도 귀찮거나, 힘들다거나 불평해본 적 없이, 나의 일이니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설거지나 빨래, 청소, 장보기 어느하나 소홀하지 않았고, 할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다 하려 했다. 출장을 가거나, 야근이 잦을때는 항상 와이프한테 미안했고, 부족한 만큼 주말에 보충하려 애썻다.
다른집의 아빠, 남편, 사위와 비교되어도 집안일에 대한 노력은부족함이 없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와이프와 나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와이프는 직장을 나가고, 나는 전업주부이다.
아이들이 조금 자라서 그전 와이프가 전업주부일때 보다 내가 아이들에게 손이좀 적게가는 것은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초등학교 저학년이라, 학교에서 벌어지는일과, 방과후 친구들과 벌어지는 일, 학원등에서 벌어지는 일에 모두 신경써야 했다. 친구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뿐 아니라,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업주부의 일이라는 것이 그냥 밥하고, 빨래와 청소해주는 가정부의 역활이라면 잘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도의 차이는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고, 환경이 좀 깨끗해지는 것과, 집 밥이 맛있다는것, 옷에 좋은 향기가 나거나, 구김이 좀 펴져있는 차이이다. 물론 돈과 시간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 동네아줌마들은 흔히 해도해도 끝도 없고, 티도 안나는게 살림이라는데,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하지만 한가지 부족한게 있다.
가사가 힘든 이유는 일종의 정신노동이기 때문이다. 청소를 예로 들어보자. 청소하면 진공청소기로 어쩌다 한번씩 하는 대청소를 생각하지만, 살림을 하는 입장에서는 매일같이 해야 맨발로 다니는 집에서 발바닥에 이물질이 묻지 않는다. 집안 구성원들이 흘려놓은 머리카락부터 밥풀하나까지 내눈에는 또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닌데다, 어차피 누군가 할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결국 나의 노동은 늘어나게 된다. 호텔객실처럼 매일같이 정리되어 있고, 청소되어 있다는 생각에 대충 아무렇게나 생활하게 되고, 그게 나의 심기를 심하게 건드린다. 치우는 사람과 어지르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다.
생각이 없으면 편할 것을. 나의 노동과 고생을 알아달라는게 아니다.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청결도 누군가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 그것이 무너지지 않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거나, 원상태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전혀 없는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생기는 만큼, 나의 분노게이지도 올라간다. 집안을 깨끗이 유지하고, 가꾸는 모든 행위들이 나의 일처럼 되어버리고, 어지르지 말라는 잔소리가 입에서 계속 나온다. 아이들은 내성이 생긴 바퀴벌레처럼 요리조리 피하며 벗어날 방법만 생각하지, 본인들이 어지르는 행위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깨끗이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가사와 육아가 겹치는 이 점이 가장 화나고 어려운 부분이다.
상대가 3대1이라는 것도 버거운데, 어지르기 선수급 초등생2명이 있으니, 하루 하루가 전쟁이다. 그 전쟁은 애들이 잘때 휴전하고, 아침되면 다시 시작된다.
자취와 다른 점이 이 점이다. 자취는 나 아니면 지저분하게 할 사람이 없고, 나아니면 청소할 일도 없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을때 하면 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된다. 자취할때 빨래도 일주일에 한번이면 족하고, 밥도 귀찮으면 시켜먹거나, 간단하게 먹으면 된다. 제발 자취 몇년 했다고 살림 다 해본 거 처럼 말하지 말자. 자취할때 자기 빨래, 청소, 밥해먹는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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