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겪은 자동차 사고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나의 주관적인 경험이 바탕이니, 다른 분과 다를수도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혼자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거라, 차대차 사고를 찾으신다면 패스해주시길 바란다.
독일 친구들에게 페라리라 불리는 내차는 빨간 니싼 미크라이다. 독일 남자들에게 빨간색은 스포츠카만 할수 있다며, 내차를 그렇게 불렀다.
아침 출근길에 비가 부슬부슬 왔다. 항상 통행하던 37번 지역고속도로가 막히자, A7번 고속도로를 타고 A2 고속도로로 진입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에 차량 뒷부분이 부딪혔다. 운전자인 나는 다친곳이 없고, 차량 뒷부분만 좀 찌그러졌을 뿐이다.
하지만 차량들이 약 60~70 km/h로 달리는 곳이라, 다른 차량에 의해 2차사고가 발생했다면 큰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지만, 운좋게 멀리서 다가오고 있어, 2차사고를 피할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 차량 운전자들과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한 사람들의 구호조치가 너무 고마웠다.
주변 차량 운전자들 :
1) 속도를 모두 줄인다.
2) 나에게 도와줄것이 없는지 각 차량의 운전자마다 나에게 물어보고, 없다고 해야 지나간다.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들은 봉고차에 타고 있던 일용직 노동자들 :
1) 차량에 비상등을 켠채 멈추어 선 다음, 나에게 부상여부를 물어보고, 삼각대를 세워준다.
2) 주변 차량이 속도를 줄인채 지나갈수 있도록 수신호도 해준다.
3) 나에게 형광색 자켓을 입으라고 말해준 다음, 가드레일 밖에 서 있으라고 안전수칙을 알려준다.
4) ADAC (독일 차량 견인/긴급구호서비스), 경찰에 연락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연락해 주었다.
5) 경찰이 오고, 사건 경위를 진술해준 다음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뜬다. 분명 그 사람들은 아침에
일을 나가는 중이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바쁜 내색없이, 30-40분 가량 자리를 지켜주었다.
드디어 경찰이 오고, 조사가 사건경위조사가 시작되었다.
1) 차량에 비치된 차량 등록증과 내 신분증을 확인
2) 사건발생 경위 서술
3) ADAC가 온후 차량 견인 또는 자체이동 가능여부를 판단한뒤,
4) 가드레일 수리비/벌금 청구 예정임을 명확히 하고,
5) 진술서 사본을 나에게 준 다음 인사를 하고 갔다. 그 후로 이 일로 경찰과 만날 일은 없었다.
이제 보험처리만 남았다. 독일의 보험은 우리와 좀 다르다.
내 차량 보험증서에는 Vollkasko (종합보험)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난 100%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최소 수리비 정도.. 그게 얼마든지 간에..
보험회사에 사고내용을 신고하고, 경찰진술서를 제출한 뒤 약 1주일 후 나에게 편지가 왔다.
내용인즉,
1) DEKRA(근처 주소안내)에 가서 차량의사고전 가치와 사고 후 가치를 감정받을 것.
2) 사고차량 판매시 해당업체들의 입찰가격 여러개
우선 DEKRA에 가서 감정을 받았다. 전문가가 감정하는데, 차량을 띄워놓고, 각 부품의 파손 여부, 타이어 마모정도(빗길에 미끄러진데다, 윈터/서머 타이어 확인용)도 확인하다. 이 감정서는 나한테 주어지는게 아니라, 보험회사로 바로 가므로, 난 아무정보도 볼수 없다.
약 2주 후 보험회사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보상금이 얼마이니, 언제 입금 예정이라고... 그게 다였다. "보상금 = 사고전 가치 - 사고 후 가치"로 계산되어 지는데, 수리비에 비하면 택도 없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중고차라 가격은 얼마하지 않지만, 수리할려면 차량가격의 몇배를 줘야 했다. 결국 차량까지 팔아야 했다. ㅠㅠ (혹자는 5년이상 지나면 Volkasko(종합보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어차피 차량 가치가 낮기 때문에...)
나의 빨간 페라리는 이것으로 나와의 인연을 마감했다. 내 페라리 안녕~~~~!!
다음글은 번호판으로 해야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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